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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가 지갑의 자물쇠를 여는 날, XRP는 준비됐을까?

2026년 10월 13일 · inthecorner@web3story.io

XRP Ledger의 양자대응은 ‘새 주소’가 아니라 ‘키 교체’에서 시작된다

양자 컴퓨터가 충분히 발전하면 현재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비트코인과 XRP Ledger, 이더리움처럼 공개키 기반 서명을 사용하는 네트워크는 양자컴퓨터가 개인키를 계산해 내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XRP Ledger(XRPL)는 양자 컴퓨터 시대를 대비하고 있을까요?
현재까지 확인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XRP Ledger가 현재 이미 양자내성 상태인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주소를 유지하면서 거래 서명키를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Ripple은 2028년까지 양자내성 서명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XRPL의 강점은 지금 당장 양자공격을 막는 완성된 암호 알고리즘에 있다기보다, 향후 서명체계를 바꿀 수 있는 계정 구조와 키 관리 기능에 있다.

양자 컴퓨터는 왜 블록체인 지갑을 위협하는가

현재 많은 블록체인은 공개키와 개인키를 이용해 거래를 승인한다. 개인키로 거래에 서명하면 네트워크는 공개키를 이용해 그 서명이 진짜인지 확인한다.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공개키만 보고 개인키를 계산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충분히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Shor 알고리즘을 통해 타원곡선 기반 암호의 보안이 약화될 수 있다.
문제는 공개키가 이미 노출된 계정이다. 공격자가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갖게 되면, 해당 계정의 자산을 탈취할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양자대응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지갑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네트워크 차원의 작업이 필요하다.
•양자내성 서명 알고리즘 도입
•기존 계정과 새 서명 방식의 연결
•지갑과 거래소의 키 체계 업그레이드
•검증자와 노드의 서명 검증 방식 변경
•기존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하는 절차 마련
•양자컴퓨터가 갑자기 등장했을 때의 비상 복구 경로 준비

XRP Ledger의 핵심 기능: Regular Key

XRPL 계정에는 Master Key와 Regular Key라는 두 종류의 키를 사용할 수 있다.

Master Key는 주소와 연결된 원본 키

XRPL의 계정 주소는 Master Key의 공개키에서 파생된다. 따라서 Master Key는 계정 주소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
XRPL 공식 문서에 따르면 Master Key 자체는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다만 Master Key를 비활성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Master Key가 유출되면 공격자는 계정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XRPL은 Master Key를 오프라인에 보관하고, 일상적인 거래에는 별도의 Regular Key를 사용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Regular Key는 주소를 바꾸지 않고 교체할 수 있는 거래용 키

Regular Key는 계정에 추가로 등록하는 보조 키이다. 이 키는 기존 주소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교체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XRPL 공식 튜토리얼은 Regular Key를 보안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키를 생성한 뒤 SetRegularKey 트랜잭션으로 계정에 등록하면, 기존 주소를 유지한 채 새 키로 거래를 승인할 수 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 XRP 주소 ─  Master Key: 주소와 연결된 원본 키 ─  Regular Key: 거래에 사용하는 교체 가능한 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한다. 키가 노출되거나 새로운 암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 자산을 반드시 새로운 주소로 옮길 필요가 없다.
기존 주소에 연결된 다음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래 서명키만 바꿀 수 있다.
•XRP 잔액
•토큰 보유 내역
•신뢰선(Trust Line)
•계정 설정
•거래 상대방이 사용하는 기존 주소
그래서 XRPL의 양자대응을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주소는 그대로 두고, 자물쇠만 바꾼다.

그러나 Regular Key 자체가 양자내성 키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Regular Key를 새로 만든다고 해서 자동으로 양자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XRPL이 현재 지원하는 대표적인 서명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secp256k1 기반 ECDSA
•ed25519 기반 EdDSA
이들은 현재 널리 사용되는 서명 알고리즘이지만,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위협받을 수 있는 타원곡선 기반 방식이다.
따라서 현재 Regular Key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한다.
Regular Key는 현재 키가 유출됐을 때 교체할 수 있는 장치이지, 현재 상태에서 양자컴퓨터 공격을 차단하는 양자내성 키는 아니다.
실제 양자내성을 확보하려면 XRPL이 향후 양자내성 서명 알고리즘을 지원하고, 사용자가 그 방식의 키를 기존 계정에 등록할 수 있어야 한다.

Master Key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이유

XRPL은 Master Key를 비활성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다만 먼저 Regular Key나 다중서명 설정처럼 다른 거래 승인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그 후 Master Key로 AccountSet 트랜잭션을 제출하고 asfDisableMaster 플래그를 설정하면 Master Key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이를 보안 구조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Master Key → 오프라인 보관 또는 비활성화 Regular Key → 일상적인 거래에 사용 → 필요할 때 교체
이 방식은 온라인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가 인터넷에 연결된 Regular Key를 사용하더라도, 오프라인에 보관된 Master Key까지 함께 노출되지 않았다면 기존 Regular Key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Master Key가 이미 공격자에게 노출됐거나, 양자컴퓨터가 기존 공개키로부터 개인키를 계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Regular Key만 교체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기존 계정의 소유권을 안전하게 증명하고, 양자내성 체계로 자산을 이전하는 별도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Ripple이 제시한 XRPL 양자대응 로드맵

Ripple은 2026년 4월 XRPL의 양자내성 전환 계획을 네 단계로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2028년까지 XRPL을 양자내성 서명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이 일정은 이미 완료된 기능의 목록이 아니라, Ripple이 공개한 개발·전환 목표이다. 따라서 “XRP가 2028년에 자동으로 양자안전해진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1단계: Q-Day 비상 복구 경로

첫 번째 단계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공개키 암호를 실제로 깨기 시작하는 상황을 가정한 비상 대응이다.
Ripple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설명했다.
•기존의 고전적 공개키 서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음
•자금을 양자내성 계정으로 이동하도록 함
•기존 키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양자내성 영지식증명을 검토
•개인키를 공개하지 않고 기존 계정의 소유자임을 증명
이 접근은 양자공격이 시작된 뒤에도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을 안전한 서명 체계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복구 시나리오이다.
다만 이 방식은 현재 XRPL 메인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성 기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다. Ripple이 설명한 설계·검토 방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2단계: 양자내성 알고리즘 시험

두 번째 단계는 여러 양자내성 서명 후보를 XRPL의 거래 구조에 맞춰 평가하는 과정이다.
양자내성 알고리즘은 기존 ECDSA나 Ed25519보다 공개키와 서명 크기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요소를 함께 시험해야 한다.
•서명 크기
•공개키 크기
•서명 검증 시간
•거래 처리량
•원장 데이터 증가
•네트워크 대역폭
•검증자 하드웨어 비용
XRPL은 빠른 결제와 결정적 확정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양자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명 데이터를 크게 늘리면, 네트워크 처리량과 운영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단계: 기존 서명과 양자내성 서명의 병행

세 번째 단계는 기존 타원곡선 서명과 새로운 양자내성 서명을 일정 기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개념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거래 승인 = 기존 서명 검증 + 양자내성 서명 검증
이 방식은 전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지갑, 거래소, 수탁기관, 검증자가 모두 같은 날 시스템을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방식은 거래 크기를 키우고 서명 검증 비용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지갑과 거래소가 두 종류의 키 체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므로 운영 복잡성도 커진다.

4단계: 2028년까지의 전체 전환

마지막 단계는 XRPL amendment를 통해 양자내성 서명을 정식 프로토콜 기능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 작업이 포함될 수 있다.
•양자내성 서명 방식의 프로토콜 도입
•지갑과 거래소 업그레이드
•검증자와 노드의 검증 로직 변경
•계정별 키 전환
•기존 자산의 안전한 이전
•거래량과 원장 크기 최적화
•생태계 전체의 마이그레이션
따라서 “XRP는 2028년까지 양자대응을 완료한다”는 표현보다 다음과 같이 쓰는 편이 정확한다.
Ripple은 2028년까지 XRPL을 양자내성 서명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전에 알고리즘 시험과 하이브리드 운영, 프로토콜 amendment, 계정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하다.

어떤 양자내성 서명을 사용할까

NIST는 2024년 양자내성 암호 표준을 확정했다. 디지털 서명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언급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ML-DSA: CRYSTALS-Dilithium 계열의 격자 기반 서명
•SLH-DSA: 해시 기반 서명
•FN-DSA: FALCON 계열을 바탕으로 한 후보 방식
NIST는 ML-DSA를 주요 디지털 서명 표준으로, SLH-DSA를 다른 수학적 기반을 가진 보완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Ripple이 이 가운데 특정 알고리즘을 XRPL의 최종 서명 방식으로 확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XRP Ledger에서는 암호학적 안전성뿐 아니라 거래 크기, 검증 속도, 원장 저장량, 검증자 운영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XRP의 진짜 강점은 ‘현재의 양자안전성’이 아니라 ‘전환 가능성’

XRP Ledger를 다른 체인과 비교할 때 “XRP는 양자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면 부정확한다.
보다 정확한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계정 주소와 거래 서명키를 분리할 수 있다.
2.Regular Key를 기존 주소에서 교체할 수 있다.
3.Master Key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4.다중서명으로 단일 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5.향후 새로운 서명 알고리즘을 기존 계정 구조에 연결할 여지가 있다.
Ripple은 이러한 구조가 양자내성 키로 자산을 이전하기 위해 반드시 새 계정을 만들고 자산을 재전송해야 하는 일부 블록체인보다 마이그레이션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XRPL이 키 회전을 지원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과거 공개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자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위험한 계정이 새 키로 전환되어야 하며, 양자내성 서명 방식과 메인넷 전환 절차가 실제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핵심 정리

XRP Ledger의 양자대응은 다음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XRPL은 현재 이미 양자내성 상태인 것은 아니다.
둘째, XRPL은 Regular Key를 통해 기존 주소를 유지하면서 거래 서명키를 교체할 수 있다.
셋째, Ripple은 양자내성 서명 시험과 하이브리드 운영을 거쳐 2028년까지 전체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주소는 그대로 두고, 자물쇠만 바꾼다”는 표현은 XRPL의 계정 구조를 설명하는 비유로는 적절하다. 다만 그 자물쇠가 지금 당장 양자내성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 XRP Ledger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완성된 양자방패가 아니라, 기존 계정과 주소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암호 체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키 관리 구조이다.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실제로 언제 올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이 왔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떤 체인이 더 크냐가 아니다.
•기존 키를 폐기할 수 있는가
•주소와 자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새 서명 방식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가
•네트워크 전체가 같은 전환 규칙을 실행할 수 있는가
결국 양자시대의 경쟁력은 현재의 암호 알고리즘뿐 아니라, 암호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참고문헌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Ripple의 2028년 전환 일정은 공개된 로드맵 목표이며, 실제 메인넷 적용 시점과 최종 알고리즘은 향후 amendment와 개발·검증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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